일상 & 기타 생각/끄적끄적

페이커선수의 우승을 보면서

RacoonSensei 2023. 11. 20. 21:59

14년도에 롤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대회를 잘 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전에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지망을 했을 때,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정말 열심히 봤었지만

카오스라는 게임을 시작하고 부터는 게임을 보는 것보다 하는 것에 훨씬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롤을 하다가 안하다가 15년도에는 대회를 보면서 다시 롤을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페이커선수가 속해있던 SKT T1은 ROX라는 라이벌이 있었지만 비교적 쉽게 우승을 했었다.

당시 그랜드 슬램( 그 해 모든 대회 우승)은 달성하지 못하였지만, 최고의 대회였던 롤드컵에서 단 1패만으로 우승한 엄청난 팀이었다. 

 

그래, 그때의 나는 강팀을 응원했고 SKT T1을 좋아했다.

그리고 16년도에도 SKT T1은 롤드컵을 우승했다.

 

17년도가 되어 같은팀 멤버들의 번아웃이 찾아오고 이제는 압도적인 팀이 아닌 상황에서 그때서야 페이커선수가 훨씬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팀원이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해줄 것 같은 사람... 롤드컵 4강에서 당시 가장 강하다고 느껴졌던 RNG라는 중국팀을 상대로 5연 갈리오를 선택하며 팀을 결승까지 끌어올리는 기적을 보였다.

 

결승전에서는 같은 한국팀을 상대로 패배를 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임요환선수를 응원했던 내가 이제는 이 선수를 정말로 응원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8년.. 이제 결승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페이커 선수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말했고 나조차도 이제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19년.. 다시 롤챔스를 우승하면서 이제는 다시?? 라는 생각을 했고,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에서 당연히 결승을 갈 것이라 생각하고 티켓까지 예매를 하였지만 4강에서 유럽팀에게 패배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0년 21년.. 이제는 페이커 선수의 전성기는 갔다고 다들 말하고 있었고 나도 이제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한번.. 단 한번이라도 다시 이 선수가 롤드컵을 우승하고 영광을 되찾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22년.. 신인들과 함께 시작한 시즌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이기 시작하고 스프링을 우승했다.

하지만 이후 모든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며 명품 조연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23년 많은 커뮤니티에서 페이커 선수가 우승하기 위해서는 부품(다른 팀원을 나쁘게 부르는 말)을 바꿔야 된다는 말에 나도 어느샌가 동화되고 있었는지 올해에 같은 멤버로 시작한 T1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중국에 멤버 구성으로는 최고의 팀(JDG)이 나타났고 그 팀은 롤드컵까지 모든 대회를 우승하고 최강의 적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 최강의 적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Gen G라고 하는 팀에게 스프링, 서머 모두 결승전에서 패배했고 롤드컵에는 왔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지 못했다.

 

나도.. 

올해는 우승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스위스 스테이지(예선)에서 Gen G에게 1패를 하면서 2승 1패로 8강에 진출을 하였고 모두는 우승후보는 역시 Gen G, JDG라고 말하고 있었고 나도 내년엔 팀원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더 실력있는 팀원과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Gen G가 8강에서 중국의 BLG라는 팀에게 패배를 하고, 한국팀 중 하나였던 KT가 JDG에게 패배하며 유일하게 남은 한국팀은 T1밖에 없게 되었다.

나도 몰랐던 사실이지만 T1은 롤드컵에서 중국팀에게 진적이 없다고 했다. 이것도 이번에 깨지겠구나 생각을 한 시점에서 T1이 JDG과 풀세트 접전을 갔었던 LNG(중국팀)를 3:0으로 손쉽게 이기고 4강 진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는 페이커 선수가 압도적인 기량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4강.. 최강의 적 JDG과의 경기에서 T1은 매우 힘든 3세트 경기를 하는 도중에서 팀원들이 희망이 꺾인 상황에서

"내가 넘겨줄게" 라는 말로 팀원의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실제로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여기서 넘겨진 선수는 Ruler라는 선수로, Faker선수가 17년에 이 선수에게 패배를 했고 당시의 캐릭터도 현재 하고 있는 바루스라는 캐릭터였다.

 

스토리가.. 서사가 만들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4세트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이제는 정말 할 수있다는 마음으로 "해줘"라는 마음으로 지켜보았고, 마지막까지 해주면서 승리를 차지했다.

 

결승전.

티저 영상에서 4번째 우승은 팀을 위한 것이라고 말할 때 눈물이 났다. 그리고 페이커 선수에게는 이 팀원들이 정말 팀원이고 소중한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과 제발 이겨줬으면 하는.. 그리고 이제 끝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다양한 감정이 교차한건가 싶다.

 

 

결과는

작년에 비교적 쉬운 상대로 여겨졌던 DRX에게 패배한 다음해여서 그런지, 올해에도 비교적 쉬운 상대였던 WBG였지만 모든 팬들도 그리고 나도 T1도 방심하지 않고 준비를 하였고 3:0이라는 결과로 우승을 하였다.

 

 

마무리 말이 참 힘들다.

너무 행복하고, 너무 좋고 그렇지만 페이커 선수가 마지막 인터뷰에서

"경기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과정에 집중했다”

"승패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저로 인해 기뻐하셨으면 좋겠다"
"내가 우승한 것 보다 팀원들이 우승해서 더 기쁘다"

팀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에서 "고생 많았고... 너무 고맙다" 

 

라는 말에서 이 선수는 앞으로도 우리를 위해서 더 노력하겠구나 라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블로그를 2년넘게 방치하다가 다시 쓰게 된 것 같은데

뭔가 꾸준히 이런 기분들 느낀 것.. 그리고 책을 보면서도 느낀 것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나도 성장해나가고

이 선수처럼 누군가에게 언젠간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에

한발짝씩 한발짝씩 천천히라도 나아가 보고자 한다.

 

페이커 선수 언제나 고맙습니다.

선수님덕에 올해 너무 행복했고 저도 졸업과 취업 결혼까지 올 한해 바빴지만 마음 잡으면서 잘 할 수 있었습니다.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